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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없는 전자 캡슐로 만성 변비 관리하기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3.02.16
  • 조회수 : 217

“약”이라는 단어에 대한 우리의 통념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화학 반응을 전제로 깔고 있습니다. 약과 화학은 뗄래야 뗄 수 없지요. 그런데 화학 반응을 매개로 하지 않으면서도 약이라는 용어가 붙은 제품들이 최근에 부상하고 있습니다. 바로 전자약(Electroceuticals)인데요, 전기 자극이라는 물리적인 자극으로 인체의 변화를 유발하는 원리를 가진 제품으로 분류상 의료기기에 해당하지만 약과 유사한 외관 때문인지 ‘약’이라는 용어를 달고 있습니다.


전자약 중 약물을 포함한 것도 있지만, 약물이 없이 물리적 자극만 제공하는 무약물 요법(drug-free treatment) 제품도 있습니다. 만성 특발성 변비(CIC)에 대한 효능으로 미국 FDA 허가를 준비하고 있는 Vibrant gastro는 이러한 무약물 요법을 위한 전자약에 해당합니다. 분류상 디지털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의료기기 허가를 받기 때문에 임상시험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합니다. 약물이 없는 전자약이 어떠한 방식으로 인체에서 변비 증상을 해결을 시도하는지, 전자약의 임상시험 결과는 어떠했는지, 전자 제품을 먹는 것이 위험하지는 않을지를 다루고자 합니다.


장에서 진동하는 전자 진동 캡슐이 변비에 작용하는 원리

전자 진동 캡슐의 개발 아이디어는 2~30년 전 이스라엘 과학자들이 개발한 만성 복막투석 환자의 청소율과 한외여과를 개선하기 위한 외부 복부진동장치(벨트가 달린 의자)를 개발하여 사용하였는데 이를 사용한 환자들이 만성 변비가 부수적으로 개선되는 현상을 보고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Y Ron et al., 2015). 이후 기술의 발전으로 진동 캡슐이 나왔습니다. 현상에서 착안하여 원리를 활용하여 제품화한 셈입니다.


Vibrant사에서 실시한 2건의 이중맹검 연구의 사후 분석(Satish SC Rao et al., 2020)에서는 진동 캡슐이 대장의 일주기 리듬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장 증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 하에 2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완전 자발적 배변(CSBM)의 성공률을 평가하였습니다. 1군(n=182)과 2군(n=68) 모두 활성 캡슐과 가짜 캡슐을 무작위배정 하에 투여하였으며, 오후 9시~10시 사이에 캡슐을 복용하면 1군은 오전 6시경 2시간 동안 단일 진동 세션을, 2군은 오전 6시경과 정오경 각각 2시간씩 일 2회의 진동 세션을 겪도록 설계하였습니다. 그 결과, 2군의 완전 자발적 배변 시작 타이밍은 진동 세션에 매우 근접하여 관찰됨으로써 진동 세션 타이밍과의 유의적 연관성이 나타났습니다. 건강한 피험자는 일반적으로 기상 직후 내지 식사 후에 배변하는 일주기 리듬을 가지고 있으므로, 캡슐은 이를 고려하여 아침 6시와 정오에 배변을 유도하도록 시험이 디자인되었습니다. 비록 피험자의 수는 적으나, 이러한 생물학적 일주기 리듬에 캡슐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Vibrant 사는 만성 특발성 변비(주당 배변 횟수가 3회 미만이고 변비 증상이 몇 주 ~ 몇 달 지속되는 경우)에 환자가 1~8주 사용하는 제품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유발한 작동 원리는, 규칙적 배변 활동이 가능하도록 환자의 상태를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일주기 리듬에 맞추어 결장을 기계적으로 자극함으로써 결장의 비자발적 수축을 도움과 동시에 생체 시계를 개선하는 것임을 확인하였습니다.


전자 진동 캡슐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임상시험들

Vibrant 사는 여러 임상시험 결과를 문헌으로 발표하면서 진동 캡슐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고자 하였습니다. 초기 임상시험에서는 입증에 부족한 결과가 나타났으나 점차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첫 문헌 발표는 24명의 기능성 변비 환자를 대상으로 한 공개 라벨 임상시험(A D Nelson et al., 2017)이었습니다. 12명에게 전자 캡슐, 12명에게 위약을 무작위 배정 후, 3일에 1캡슐씩 주당 2캡슐을 8주간 투여하고 신티그램 결장 측정을 통해 대장 통과 속도를 측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전체 결장 통과 속도에서 두 군간의 유의적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전자 캡슐 투여군 중 최소 1명에게서 더 빠른 결장 통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를 토대로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였습니다.


이후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복수의 연구를 비교하는 결과를 순차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2017년 발표된 문헌(Eamonn Quigley et al., 2017)에서는 만성 특발성 변비 환자를 대상으로 한 2가지 연구의 결과를 제시하였는데, 첫 연구는 주당 2캡슐을 섭취한 163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8주 이중맹검, 위약 대조 연구였습니다. 두번째 연구는 집에서 주당 5캡슐을 섭취한 25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6주 단일군 연구였습니다. 두 연구 모두 기준선과 비교하였을 때 완전 자발적 배변의 수가 증가(첫 연구 기준선 대비 평균 1.1CSBM 증가, 두번째 연구 기준선 대비 평균 3.5CSBM 증가)하였으며 다양한 변비 증상(대변의 일관성, 긴장, 팽만감 등)의 유의미한 개선이 보고되었습니다. 두 연구 모두에서 전자 캡슐과 관련된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이상반응으로 인해 중도 탈락한 피험자는 두 연구에서 1명이었습니다.


2022년 5월에는 소화기 질환 주간 콘퍼런스(DDW 2022) 행사에서 만성 특발성 변비(CIC)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 결과의 초록(Efficacy and Safety of Vibrant® Capsule for Chronic Idiopathic Constipation (CIC): Randomized, Double-Blind, Multicenter, Placebo-Controlled, Phase III Trial)을 발표하였습니다. 312명의 만성 특발성 변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위약 대조 연구에서 기준선 대비 주당 1 이상의 완전 자발적 배변 증가가 나타난 비율은 진동 캡슐 투여군의 39.26%, 위약 투여군의 22.15%(p<0.0001)이었습니다. 주당 2 이상의 완전 자발적 배변 증가가 나타난 비율은 진동 캡슐 투여군의 22.7%, 위약 투여군의 11.41%(p<0.0006)이었습니다. 2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대변의 일관성, 삶의 질, 긴장 등에서도 위약 대비 상당한 개선을 보였으며 심각한 이상반응이나 치료 관련 설사, 메스꺼움 등이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2022년 수행한 3상 임상시험은 FDA에 검토를 위해 제출되었습니다. 아직 제품 허가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허가를 위한 여러 임상 자료가 축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체내에 전자 제품이라니, 위험하지는 않을까

이러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임상 결과를 확인했더라도, 체내에 전기 자극을 준다는 것이 꺼림칙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전자파가 너무 많이 나오거나 인체에서 전기가 사고를 일으키지는 않을까 걱정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규제 당국은 전자약 제품을 설계할 때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규정한 지침(IEC-60601-1, IEC-60601-1-2)을 따르도록 함으로써 전기자극이 의학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합니다(RaviPrakash Magisetty et al., 2022). 많은 국가에서 의료기기의 임상적 요구사항에 덧붙여 전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규격을 정하여 허가를 승인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터부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자약은 기존 합성약의 이상반응 발생 우려가 큰 영역과 만성질환의 장기간 복용에 따른 습관성 문제 예방 등 합성약의 한계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해외의 투자 시장에서는 신약 후보물질 고갈로 전자약이 앞으로 뜰 것으로 판단하여, 디지털 치료제와 함께 투자가 널리 이루어지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우울증 치료기 전자약이 지난 해 허가승인을 받고 올해 비급여 처방이 시작된 정도의 걸음마 상태입니다. 아직 변비에 사용하는 전자약은 앞서 확인한 것처럼 허가 승인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용기전과 임상 결과를 보았을 때, 몇 년 내로 진동 캡슐과 같은 전자약의 도움을 받아 변비를 케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만 하지 않을까요!